[해외뉴스]교황의 침묵: 트럼프 당선에 대한 교황청의 복잡한 입장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대해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축하 인사를 전했지만, 이는 외교적 형식 이상의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트럼프에게 “큰 지혜가 있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성경에서 통치자의 중요한 덕목으로 지혜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축하가 아닌, 트럼프가 충분한 지혜를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듯한 메시지로 읽힐 수 있습니다. "큰 지혜가 있기를 바란다"는 표현은 겉으로는 응원의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의 과거 발언과 행보에서 드러난 신중함과 깊이가 부족함을 우회적으로 지적하는 말일 수 있습니다.

또한, 파롤린 추기경은 트럼프가 미국 전체의 대통령으로서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제 분쟁의 긴장을 완화하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이는 현실적 기대라기보다 교황청이 트럼프에게 기대하는 덕목을 지적하는 발언에 가깝습니다. 특히 트럼프의 일방적이고 논쟁적인 발언들은 미국 내에서 심각한 양극화를 조장해왔으며, 교황청은 이러한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교황청의 시각에서 볼 때, 트럼프는 통합의 리더십을 갖추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특히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명했습니다. “그는 마법의 지팡이를 가진 것이 아니다”라는 그의 말은 트럼프의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발언을 냉소적으로 바라본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 발언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도덕성과 이상은 의미 없는 공상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암시하는 듯합니다. 교황청은 이러한 비현실적 공약이 실제 국제적 갈등을 해결하는 데 어떤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며, 트럼프의 공약에 대한 깊은 회의와 신중한 접근을 권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앞줄 가운데)이 6일(현지 시간) 새벽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무대 뒷줄에 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아들 배런, 수지 와일스 대선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장녀 이방카 등이 자리했다. 웨스트팜비치=AP 뉴시스

 

또한, 트럼프의 당선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교황청이 이번 당선에 대해 공식적으로 축하를 표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교황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음으로써 묘한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예의를 유지하면서도, 트럼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함을 암시하는 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교황청의 이번 축하 인사는 외형상으로는 예의를 갖췄지만, 그 속에는 트럼프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성찰하고 현실적인 지혜를 갖추길 바라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가 앞으로 이 메시지에 어떻게 답할지, 그리고 오만한 교황청과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